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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기웅 |
새봄이 왔다. 응달에 잔설이 남아있어 채 가지 않은 겨울 끝자락이지만 진달래 꽃봉오리에는 물이 올라 갈색 껍질 아래 초록의 눈망울이 언제든지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제 대지에 활력을 불어넣어 가을에 풍성한 나락의 수확을 꿈꾸는 농부의 손길이 분주해질 것이다.
풍년을 위한 농부의 첫 농사일은 아마도 지난해 양분을 잃어버린 전답을 옥토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농경지를 개량하는 일이다. 농경지 개량은 산성화한 농경지를 중성 토양으로 바꾸기 위해 밭에는 소석회, 석회고토 등 석회질 비료를 살포하고 논에는 규산질 비료를 뿌린 후에 트랙터로 흙과 석회질 비료, 규산질 비료가 잘 혼합되도록 경운하고 정지하는 일이 첫 번째 하는 일이다. 두 번째로 해야 하는 일은 농작물에 보약 같은 일을 하는 퇴비를 전답에 시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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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堆 쌓을 퇴, 肥 살찔 비)의 사전적 의미는 풀이나 짚, 가축의 배설물 따위를 썩혀서 거름을 만듦 또는 그 거름이라고 하며, 거름은 농작물을 잘 자라게 하거나 땅을 기름지게 하기 위해서 흙에 주는 영양 물질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비료관리법에서 퇴비는 부산물 비료라고 정의하는데 이 법에서 말하는 “부산물 비료 란 농업, 임업, 축산업, 수산업, 제조업 또는 판매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 사람의 분뇨, 음식물류 폐기물, 토양미생물 제재, 토양활성제 등을 이용하여 제조한 비료로서 제4조에 따라 공정규격이 설정된 것을 말한다.”
그리고 토양학에서 퇴비화 하는 과정은 “유기물을 토양에 바로 투입 하지 않고 일정한 곳에서 일정 기간 동안 쌓아 두어 부식과 비슷한 물질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이때 유기물을 통기와 수분함량이 잘 조절된 곳에 쌓아 두면 세 단계에 걸쳐 퇴비가 생성되는데 1단계는 중온 단계로서 쉽게 분해될 수 있는 화합물이 미생물에 의하여 분해되며 퇴비 더미는 약 40℃ 정도가 된다. 2단계는 중온단계 후 1~2주 정도 소요되며 퇴비 더미는 75℃까지 올라가며 고온성균에 의해 섬유질인 셀룰로오스와 리그린이 분해된다. 마지막 단계는 고온으로 올라갔던 온도가 낮아져 주변의 대기의 온도가 비슷하게 되고 작용하는 미생물도 중온성균이다.
퇴비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온도, 산소 등 외부 요인과 내부 요인으로는 유기물을 구성하고 있는 탄소와 질소 함량이다. 초본성 농작물의 잎과 줄기, 잡초 등은 질소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아 쉽게 부숙하지만 톱밥, 수피 등은 탄소의 함량이 높아 쉽게 분해되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양질의 퇴비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탄소와 질소의 비율이 적정하도록 조절해야 하며 그래야 토양 환경과 농작물 생육에 양호한 퇴비를 생산할 수 있다. 우리가 근처에서 퇴비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톱밥 발효 우사에서 2~3개월간 사용하였던 깔짚과 우분을 옮겨 놓은 한우 퇴비장이다. 이렇게 퇴비화가 완전하게 이루어진 퇴비는 악취가 나지 않고 부슬부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작물 생육에 양호한 토양은 흙으로 불리는 토양입자가 45%, 유기물 5%, 물 25%, 공기 25%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논과 밭의 유기물 함량을 살펴보면 논은 2.7%, 밭은 2.4%에 불과한 실정이다. 농업의 영속성과 농산물의 안정 생산을 위해서는 양질의 퇴비를 시비해야 한다. 퇴비의 기능을 살펴보면 비료의 기능, 양분저장의 기능, 토양물리성 개량, 보수성의 증진, 지온 상승의 효과가 있다.
첫 번째 비료의 기능은 퇴비가 미생물 작용에 의해 수분, 탄소와 질소, 인산 등 무기물로 분해되면 이때 나온 무기물을 작물이 흡수하여 생육을 하게 된다. 이 화학적 기능은 농부 입장에서 보면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여겨져 농부들이 흔히 “이 퇴비는 비료 빨이 없어서 배추농사가 안돼, 저 퇴비를 써 봤는데 비료 빨이 참 좋아 배추가 잘 자랐어” 라고 퇴비를 평가 하기도 한다. 퇴비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에 따라 비료의 기능은 달라지게 됨에 따라 가축분퇴비의 경우 돈분, 우분, 톱밥, 미강 등 재료를 혼합하여 제조하고 있다.
두 번째는 양분 저장의 기능을 한다. 토양이 양분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힘을 우리는 양이온치환용량이라고 하며 단위는 cmol+/㎏을 사용한다. 이 양이온치환용량이 클수록 비옥한 토양이라고 하며 모래가 많은 사양토에서 재배한 고구마보다 황토밭에서 자란 고구마가 더 맛있는 이유는 황토가 양분을 보유 할 수 있는 양이온치환용량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 토양은 화산회토로 만들어져 양이온치환용량은 대략 20cmol+/㎏인데 반해 우리나라 토양의 양이온치환용량은 9.2cmol+/㎏로 일본에 절반 밖에 안돼 우리나라에서 농사짓기가 더 어렵다. 횡성군의 토양이 만들어진 암석 또한 화강 편마암으로 양이온치환용량이 우리나라 평균과 같은 수준이다. 그렇지만 부숙이 잘된 퇴비의 양이온치환용량은 300cmol+/㎏으로 대단히 크기 때문에 이 퇴비를 토양에 투입하여 토양 전체의 양이온치환용량을 올려 주어야 한다.
토양에 양이온치환용량을 늘려 주어야 하는 이유는 농부가 고추를 재배한다고 가정하면 고추를 심기 전에 재배기간 동안 고추가 필요로하는 비료의 50~60%를 주고 나머지를 웃거름으로 3회에 나누어 준다. 양이온치환용량이 작은 토양에 비료를 주게 되면 비료가 토양과 결합하지 못하고 유리 상태로 있다가 비가 오면 개울로 씻겨 나가거나 공기 중으로 휘산 되지만 양이온치환용량이 큰 토양에서는 비료가 토양에 흡착되어 있다가 작물의 뿌리가 양분을 달라고 하면 바로 내어 주어 작물이 잘 자라게 된다. 즉 퇴비는 흙속에서 양분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세 번째는 토양 물리성을 좋게 해주는데, 물리성이란 토양을 이루는 점토, 모래, 자갈 등의 분포량, 토양을 이루는 점토 입자 간의 공간인 공극, 물 보유 능력, 토양 색깔, 토양 공기량 등을 말한다. 식물의 지상부는 해가 비치게 되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광합성작용을 하지만 땅속에 있는 뿌리는 산소를 이용하는 호흡작용만 하여 많은 산소가 필요하게 되는데 이 호흡작용에 이용하는 산소는 토양공극에 존재한다. 토양공극이 크면 클수록 땅속 산소량이 많아져 작물의 뿌리와 토양 미생물의 활동이 왕성해져 작물이 건강하게 잘 자라게 된다. 퇴비는 땅속에 들어가 있다가 분해되면서 퇴비가 있던 공간이 공극으로 변하며, 또한 퇴비가 분해 되면서 생성되는 폴리사카라이드란 점액성 물질로 인해 점토 입자와 입자가 결합하여 공극 많아지게 된다.
네 번째는 보수성이 좋아 진다는 점이다. 퇴비는 유기물이며 유기물은 대부분 섬유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크다. 농사에 주로 사용하는 원예용 상토는 코코넛 껍질, 피트모스 등 유기물 소재를 주로 혼합하여 제조하기 때문에 보수력이 매우 좋으면서도 동시에 배수성도 좋아 물이 빠진 상태의 공간이 많아서 육묘가 잘 된다. 원예용 상토처럼 유기물이 땅속에 많게 되면 섬유질 속에 물을 많이 저장할 수 있고 섬유질과 섬유질 간의 공간에 있던 물이 중력에 의해 빠져 나간 공간에는 산소가 들어가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토양 미생물 활동이 활발하게 된다는 점이다. 퇴비가 땅속으로 들어가면 토양에 있던 바실러스 등 호기성균이 왕성하게 번성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퇴비가 미생물의 먹이이기 때문이다. 퇴비에 존재하는 탄소는 미생물의 에너지원이 되고 질소는 미생물 번식의 영양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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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퇴비는 경종농업에 있어서 농산물 생산력 유지와 안정 생산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에서도 사용을 권장하고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주고 있다. 그리고 퇴비를 얼마만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살포량 산정도 중요한 문제이다. 가장 합리적인 시비량 산정은 농업기술센터에서 토양 검정을 받아 논, 밭 비료 사용 처방서대로 퇴비를 시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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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분퇴비는 돈분, 계분, 우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10a(300평)당 시비량을 1,200㎏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돈분과 계분 등 가축분은 많은 양의 질소, 인산, 칼리를 함유하고 있어 비료가 과다하게 토양에 축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가축분, 하수오니, 음식물 퇴비 등으로 제조된 퇴비를 지속적으로 많은 양을 살포하면 토양에 염류가 집적하여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염전 같은 땅으로 되기도 한다. 또한 농작물이 흡수 이용하지 못한 잔여 유기물이 빗물에 흘러 내려가 하천, 호수를 오염 시킬수 도 있다. 볏짚, 수피, 톱밥 등 순수 유기물로 구성된 퇴비라면 10a당 3,000㎏까지 시용해야 한다. 산을 개간한 땅이라면 토양에 질소, 인산 칼리 등 무기물과 유기물이 모두 없기 때문에 농사짓는 첫해에는 권장 시비량의 2~3배 이상의 퇴비를 공급 해 주고 경작한지 3년부터는 권장 시비량을 주면 된다.
우리가 선조로부터 물려받아 농사를 짓고 있는 농경지는 깨끗하고 건강하게 사용하다가 후손에게 물려 주어야 후손들이 번창할 수 있기 때문에 전답을 기름지게 가꾸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퇴비를 토양에 매년 공급해서 농작물이 먹고 자랄 수 있도록 해주고, 비료를 토양에 저장하도록 하고, 그리고 토양 미생물의 활동을 조장시켜 토양의 물리성이 개량되어 농작물의 뿌리가 왕성하게 자라도록 하여 풍년 농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곽기웅 횡성군 농업기술센터 농촌자원과장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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